『우스운 사랑들』 Risibles amours - 밀란 쿤데라 └책


우리는 눈을 가린 채 현재를 지나간다. 기껏해야 우리는 현재 살고 있는 것을 얼핏 느끼거나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나중에서야, 눈을 가렸던 붕대가 풀리고 과거를 살펴볼 때가 돼서야 우리는 우리가 겪은 것을 이해하게 되고 그 의미를 깨닫게 된다.

"농담하는 시대가 아니야. 지금 우리 시대엔 모든 걸 심각하게 받아들여"

 

비이성의 견고한 장벽, 여자의 영혼이 이 비이성으로 빚어진 것이라고들 하는데, 이 장벽을 이성으로 공략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었다. 초반부터 우리 이야기는 불길한 전조 아래 시작되고 있었다.

 

"있잖아, 클라라, 당신은 거짓말이 다 같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야." 내가 말했다.

"난 아무거나 다 지어낼 수 있고, 온갖 농담을 다 할 수 있지만 내가 거짓말쟁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아. 그런 거짓말들은, 당신이 그걸 거짓말이라 부르고 싶다면, 그게 나야, 있는 그대로의 나. 그런 거짓말들로 나는 아무것도 감추지 않아. 그런 거짓말들로 나는 실은 진실을 말하는 거야. 하지만 내가 거짓말을 할 수 없는 그런 것들이 있어. 내가 깊이 알고 있는 것, 내가 의미를 알고 있는 것, 내가 사랑하는 것이 있어. 이런 것들을 가지고 난 장난치지 않아. 거기에 대해 거짓말을 한다는 건 나 자신을 비참하게 만드는 일이고 난 그럴 수 없어, 나한테 그걸 요구하지 마, 난 하지 않을 거야."

 

나는 나 자신의 취향보다 마르틴의 취향을 더 믿었는데, 왜냐하면 나보다 훨씬 더 큰 관심이 그의 취향을 뒷받침하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었다. 나는 모든 것에 있어서, 사랑의 문제까지 포함하여 질서와 객관성을 좋아하며, 애호가보다는 전문가를 훨씬 존중한다.

 

"참 괴이한 자연의 법칙이야." 내가 마르틴에게 말했다.

"못생긴 여자는 자기보다 예쁜 친구의 광채를 이용하길 원하고, 예쁜 여자는 추함을 배경으로 더 커다란 광채로 빛나고 싶어 하는 거지. 그 결과 우리 우정은 끊임없는 시련에 놓이는 거야."

 

안 지 일 년이나 되었는데 그녀는 아직도 그 앞에서 얼굴을 붉혔고 그는 그녀가 이렇게 부끄러움을 타는 순간들이 좋았다. 첫째로, 그녀보다 먼저 알았던 여자들과 그녀가 구별되었기 때문이고, 둘째로 모든 것이 덧없음을 알기에 여자 친구의 수줍음까지도 귀하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녀가 정신적으로 그에게 낯설수록 그는 육체적으로 더 그녀를 욕망했다. 영혼이 낯설다는 사실이 그녀 육체를 더 눈에 띄게 했다. 그에 더해 이 낯섦은, 마치 그때까지는 그 육체가 그에게 단지 연민과 애정, 배려, 사랑, 감정의 안개 속에서만 존재했던 것 처럼 이제 비로소 그 육체를 하나의 육체로 만들어 주었다. 마치 그녀의 육체가 그 안개 속에 파묻혀 보이지 않았던 것처럼(그렇다, 마치 그 육체가 사라져 보이지 않았던 것처럼!) 처음으로 청년은 여자친구의 육체를 본다고 생각했다.

 

"욕망을 너무 노골적으로 표현하니까 꼭 명령 같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하벨이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왜 엘리자베트를 거부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저는 더 못생긴 여자들, 더 나이 든 여자들, 더 도발적인 여자들하고도 지내 봤어요. 그렇다면 제가 결국은 반드시 그녀를 안게 되리라고 결론 내릴 수 있겠죠. 모든 통계학자들이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모든 사이버네틱스 기기들이 이런 방향으로 결론 내릴 테죠. 그런데 있잖아요, 어쩌면 바로 그래서 제가 그녀를 거부하는 건지도 몰라요. 필연성에다 대고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거죠. 인과 법칙에 다리를 걸고 싶은 거예요. 우주의 흐름의 그 음울한 예측 가능성을 자유의지의 변덕으로 실패하게 하고 싶은 거 말이에요."

 

"자기가 의식하고 있는 것에만 책임이 있다면 바보들은 애초에 모든 잘못을 면제받겠군. 하지만 플라이슈만, 사람은 알아야만 할 의무가 있지. 사람은 자신의 무지에 책임이 있는 거야. 무지는 잘못이야. 바로 그래서 그 무엇도 자네 잘못을 사해 줄 수 없는 거고, 따라서 자네가 부정할지라도 자네는 여자들한테 상놈처럼 행동한다고 나는 선언하겠네."

 

이번에 그는 이 물결에 망연자실했고, 또한(망연자실을 벗어난 그의 뇌 한구석에서) 깜짝놀랐다. 어떻게 자기 욕망의 힘이 그렇게 강력할 수 있으며, 자기 욕망의 부름에 현실이 실현될 태세를 갖추고 고분고분 달려올 수 있단 말인가? 

 

거창한 말들이 공기 속에 떠다녔고 플라이슈만은 사랑에는 단 하나의 기준, 즉 죽음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진정한 사랑의 끝에는 죽음이 있으며, 오로지 죽음으로 끝나는 사랑만이 사랑이다.

 

"… 하지만 우리 둘이 이렇게 서로를 잘 이해한 게 정말 좋네요. 왜냐하면 제가 과장님을 두고 유일하게 박사님하고는 부정을 저질러도 되니까요. 당신은 정말 그 사람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절대 괴로움을 주려 하지 않잖아요. 당신은 아주 철저하게 조심할 거예요. 당신은 믿을 수 있어요. 그러니까 당신하고 잘 수 있는 거죠……." 그러고는 그녀는 하벨의 무릎에 앉아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하벨 박사는 어떻게 했을까?

그가 어떻게 할 수 있었겠는가….

 

임대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것을 알려 주지 않았다고 그녀가 비난하자 그들은 묘지에 자리도 거의 없고 죽은 지 오래된 자들은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자들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무슨 의미로 조금 살았다고 한 것일까? 여행, 일, 사회생활, 스포츠, 여자들을 생각했을까? 물론 이 모두를 다 생각했겠지만 문제는 무엇보다 여자였다. 다른 영역에서 그의 삶이 초라했다면, 그것이 얼마간 괴롭기는 해도 그 초라함을 자신의 잘못으로 여길 수는 없었다. 직업이 별 볼일 없고 전망도 없다고 해서 그의 잘못은 아니었다. 돈도, 간부 조직의 허가증도 없어서 여행을 못 했다고 해서 그의 잘못은 아니었다. 스무살 때 관절 반달이 부러져 좋아하던 스포츠를 포기해야 했다고 해서 그의 잘못은 아니었다. 반면에 여자의 영역은 그에게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세계였고, 그러므로 거기에 대해서는 어떤 핑계도 둘러댈 수 없었다. 거기에서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자신이 가진 많은 것을 드러내 보일 수 있었을 것이다. 여자는 그에게 삶의 농도를 재는 단 하나의 타당한 기준이 되었다.

 

그는 만약 자기가 그녀에게 키스를 하고, 옷을 벗기고, 사랑을 한다면 그녀는 어떨까(이런 꿈의 실현은 감히 바라지도 못한 채) 머릿속에 그려 보려고 애를 썼으나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다. 이상했다. 성행위 중인 그녀를 상상해 보려고 수천 번 시도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녀의 얼굴은 늘 똑같은 고요하고 부드러운 미소로 그를 바라보았고, 그는 그 얼굴에서 (아무리 집요한 상상력을 동원해 보아도) 흥분하여 찌푸린 모습을 떠올려 볼 수가 없었다. 황홀경에 빠져 일그러진 얼굴로 만들 수가 없었다. 그녀는 그의 상상을 완전히 벗어났다.

 

그의 원룸으로 가자는 청을 받아들였을 때 이런 접촉이 일어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기에 그녀는 그 순간 몹시 당황했다. 마치 이 접촉이 그녀가 준비할 시간도 갖기 전에(성숙한 여자들이 잘 아는 그 항시적인 준비 상태, 그것을 그녀는 오래전에 잃었다.) 일어난 것 처럼. (이러한 당황에는 아마 처음으로 키스를 받은 사춘기 소녀의 당황과 공통된 어떤 것이 있는데, 사춘기 소녀가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그녀의 경우는 이 더 이상과 아직이 노년과 유년처럼 신비롭게 얽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를 초대한 남자가 그녀의 어깨를 잡고 “이렇게 뿌리치는 건 말이 안 돼요.”라고 또 말하자 그녀는 고개를 저었지만 완전히 기계적이었는데, 왜냐하면 그녀의 눈은 이 집주인이 아니라 적대적인 아들의 얼굴, 자신이 더 작아지고 더 모멸감을 느낄수록 그만큼 더 증오하는 아들의 얼굴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라진 묘에 대해 자기를 질책하는 아들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러자 뒤죽박죽 혼란스러운 기억 속에서, 아무런 논리도 없이 이 문장이 불쑥 솟아 올라와 그녀는 미친 듯이 격노하며 아들의 면전에다 이렇게 소리 질렀다. 죽은 지 오래된 자들은 죽은 지 얼마 안 된 자들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고, 이놈아!

 

아니다. 그는 그렇게까지 경험이 없지 않았고 여러 여자들을 이미 경험해 보았으며 그 여자들과 온갖 복잡한 연애사를 겪었지만, 언제나 여자들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훨씬 더 많이 신경을 썼다. 예를 들어 이런 주목할 만한 사항을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그는 어떤 여자와 데이트를 했던 날 자기가 어떤 옷을 입었는지 정확하게 기억했고, 어느 날 너무 통이 넓은 바지를 입고 나가 괴로웠다는 것을 알았으며, 또 다른 날엔 멋있는 스포츠맨같아 보이는 흰 스웨터를 입고 있었다는 것도 알았지만, 여자 친구들이 어떤 차림이었는지는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이봐요, 친구, 당신이 지금 해 준 이야기는 내가 바라던 것 이상이에요. 왜냐하면 아무 말 없이 육체를 즐기는 건 침침하고 단조로운 일이라는 걸 잘 알아야 하기 때문이지요. 쾌락 속에서 여자는 다른 여자하고 똑같아서 나중에는 모든 여자가 다 그게 그거가 돼 버려요. 우리가 사랑의 쾌락에 달려드는 것은 추억 때문인데 말이지요, 그 쾌락의 빛나는 점들이 우리의 젊음과 많은 나이를 찬란한 리본으로 한데 묶어줄 수 있도록. 그것이 영원한 불꽃 속에 우리 기억을 보존해 주도록! 그리고 알아 두세요, 친구, 그 상황 속에서 말해진 단 하나의 단어, 평범한 것 중에 가장 평범한 하나의 단어가 바로 그 상황을 환히 비추어 잊을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을. 나는 믿어요, 당신은 어젯밤을 절대 잊지 못할 거고, 평생 그 밤을 행복하게 여길 거예요!"

 

이러한 삼중의 굴욕 이미지가 그를 황홀하게 취하게 만들었고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 일어났어요. 그의 몸이 수동적인 저항에 종지부를 찍었던 겁니다. 에드바르트는 발기했어요!

 

"형이 언제나 곧은 사람이었고 거기에 자긍심이 있다는 거 알아. 하지만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한번 해 봐. 무엇 때문에 진실을 말해야 하는가? 무엇이 우리를 그렇게 해야만 하게 하는가? 그리고 무엇 때문에 진실함을 미덕으로 여겨야만 하는가? 형이 미친 사람을 하나 만났는데 그 사람이 자기가 물고기고 우리도 다 물고기라고 주장한다고 가정해 봐. 그 사람하고 논쟁을 할 거야? 지느러미가 없다는 걸 보여 주려고 그 사람 앞에서 형은 옷을 다 벗을 거야? 그 사람 앞에서 형이 생각하는 걸 말할 거야? 자, 말해봐!"

그의 형은 입을 다물고 있었고 에드바르트는 계속 이어서 말했어요.

"형이 그 사람한테 진실만을, 정말로 그 사람에 대해 형이 생각하는 것만을 말한다면 그건 형이 미친 사람하고 진지한 토론을 하는 데 동의한다는 뜻이고 형 자신도 미쳤다는 뜻일 거야. 우리를 둘러싼 세상하고도 정확히 마찬가지야. 형이 세상 앞에서 진실을 말하겠노라 고집한다면 그건 형이 세상을 진지하게 생각한다는 뜻이겠지. 그런데 그렇게 진지하지 않은 어떤 것을 진지하게 생각한다는 건 자기 자신이 진지함을 다 잃어버린다는 거야. 나는, 나는 미친 사람들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나 자신이 미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 거짓말을 해야만 해."

 

신은 본질 그 자체인 반면, 에드바르트는(이제 알리체나 교장과의 일이 있은 지 여러 해가 흘렀습니다.) 사랑에서도, 직업에서도, 사고에서도 본질적인 것을 발견한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비본질적인 것 속에서 본질적인 것을 찾았다고 인정하기엔 그는 너무 정직하지만, 남몰래 본질적인 것을 열망하지 않기에는 너무 약하답니다.

아, 신사 숙녀 여러분, 그 무엇도, 그 누구도 진지하게 여길 수 없을 때, 산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요!

바로 그래서 에드바르트는 신에 대한 열망을 느끼는 것이니, 왜냐하면 오로지 신만이 어떻게 보여야 한다는 의무에서 벗어나 그저 존재하는 것으로 족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오로지 신만이 (유일하며, 존재하지 않는 그만이) 비본질적인 만큼 더욱이 더 존재하는 이 세계의 본질적인 안티테제를 이루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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